
1. 서울 잠실에서 동해 삼척까지, 30년 뱅커가 달리는 이유
치열한 금융 현장에서 30년의 세월을 보냈고, 지금도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리더의 자리에 서 있다. 대도시의 소음과 빽빽한 빌딩 숲은 때로 영혼을 고갈시키고 숨 가쁜 일상을 강요한다.
그럴 때마다 서울 잠실의 번잡함을 뒤로하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채 달려가는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 동해 삼척, 푸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곳에는 묵묵히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절친한 후배가 존재한다.
그는 삼척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거친 바다의 순리를 몸으로 배우며 자란 묵직한 사람이다. 그가 만들어 놓은 소박한 공간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면, 복잡했던 비즈니스 전략과 숫자의 압박이 비로소 내려앉는다.
오늘 그 고마운 후배가 가슴을 가만히 적시는 글 한 편을 보내왔다. 5월의 끝자락, 밤하늘의 별을 보며 번잡한 도시의 리더들에게 쉼표를 건네는 그의 따뜻한 문장들을 이곳에 소개한다.
2. 별이 지는 창가에서, 상처가 온기가 되기까지
별이 지는 창가에서
늦은 밤
창문을 조금 열어두니
바람이 오래된 풀 냄새를
데리고 들어왔다
멀리 아파트 불빛들은
잠들지 못한 사람들 마음처럼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문득
살아 있다는 것이
참 외롭고도 따뜻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젊은 날에는 몰랐다
사랑은 늘 곁에 머무는 줄 알았고
사람 마음도
계절처럼 돌아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세월은
말없이 많은 것을 데려가고
남겨진 기억들만
별빛처럼 가슴 어딘가에
오래 떠 있다
어머니의 웃음
골목 끝 분식집 불빛
비 오는 날 우산 속 체온
그리고 끝내 다 하지 못했던
말들까지
인생은 어쩌면
사라진 것들을 천천히 껴안으며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밤 달빛은 참 맑다
나무 그림자는 조용히 흔들리고
풀벌레 울음은
낡은 마음 틈새를
천천히 적셔온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흘러가는데
별 하나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사람은 잠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안다
상처 입은 사람일수록더 따뜻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눈물 많은 사람일수록더 오래 별을 바라본다는 것을
창밖에는5월 끝자락 바람이 불고
나는 오래도록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 하나처럼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다.
글귀 하나하나가 마치 먹물이 화선지에 서서히 스며들듯 마음의 빈틈을 채워온다. 성공만을 향해 달리던 거친 호흡을 가다듬고, 상처 입은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묘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3. 진정한 리더의 안목

30년 넘게 은행에 근무하며 수많은 기업 심사를 진행하고, 성공의 정점에 선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났다. 세상은 그들의 화려한 재무제표와 기업 자산 규모에만 주목하지만, 정작 그들의 내면은 깊은 외로움과 상처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진정한 부(富)와 성공은 눈에 보이는 자산의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입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타인을 향한 온기로 전환하느냐가 그 사람의 진짜 격(格)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후배가 보내준 글귀처럼, 상처 입은 사람일수록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눈물 많은 사람일수록 더 오래 별을 바라본다. 실패의 처절한 어둠을 경험해 본 리더만이 부하 직원의 슬픔을 읽어내고, 조직을 진정으로 포용하는 자산가로서의 참된 안목을 발휘할 수 있다.
4. 사라진 것들을 껴안으며 나아가는 삶의 지혜
인생은 어쩌면 완벽한 성취를 끊임없이 쌓아가는 과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세월 속에 사라진 것들을 천천히 껴안으며, 내면의 여백을 넓혀가는 일이야말로 진짜 인생의 경영학이다.
잠들지 못하는 대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삼척 밤바다의 후배가 보내온 별빛 같은 위로를 가슴에 새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대한 책임감의 무게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있다면, 창문을 조금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