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에 담긴 기업가 정신

[성공명언]도원결의, 스타트업 CEO가 데스밸리를 건너는 법, 동업(同業)의 명암과 무형 자산의 가치

RichKim88 2026. 5. 1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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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결의(桃園結義) 서예 이미지
 ‘뜻이 맞는 사람끼리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같이 행동할 것을 약속한다’는 뜻이다
<도원결의(桃園結義), 출처 : 삼국지연의, 137x37cm>

도원결의(桃園結義)란 ‘뜻이 맞는 사람끼리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같이 행동할 것을 약속한다’는 뜻이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밭에 모여 형제의 의를 맺고 천하를 구하고자 맹세한 데서 유래했다.

최근 시장의 유동성 축소와 경기 침체 속에서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소위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를 맞이하고 있다. 자금 조달의 압박, 초기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그리고 내부 조직의 분열은 CEO를 가장 외롭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다.

탁월한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왜 어떤 기업은 무너지고, 어떤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가? 금융 시장에서 수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목격하고 알토대에서 경영을 깊이 복기했던 필자의 시선에서 볼 때, 그 차이는 재무제표에 나오지 않는 가장 강력한 무형 자산, 바로 목숨을 건 결의로 맺어진 동업자 네트워크와 상호 보완성에 있다.


리더의 절대적 권위와 피의 맹세

과거의 서예는 단순한 시각적 감상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당대 리더들의 철학과 절대적 권위,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전략을 압축해 놓은 무형의 자산이었다. 필자가 붓을 잡고 도원결의(桃園結義)를 써 내려갈 때 주목한 것 역시 단순한 서예적 미학이 아니다. 리더들에게 시대를 관통하는 단단한 경영 철학을 전하고 싶었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桃園)에서 의형제를 맺으며 하늘에 맹세했던 그 결연함은 가벼운 비즈니스적 제휴가 아니었다.

"뜻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나라에 충성하고 백성들을 지켜주되,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나지 못했어도 오직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죽기를 원하노니, 의리를 배반하고 은혜를 잊거든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여 주소서."

이 조건 없는 투신과 피의 맹세는 현대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계약서적 관계를 초과 달성하는 초일류 창업 멤버들의 치열한 결의이자, 기업의 생사를 공유하는 전사적 결속력이다. 이러한 결의가 부재한 동업은 작은 풍파에도 쉽게 흔들리기 마련이다. 필자는 이 글씨를 통해 리더가 가져야 할 배수의 진을 시각적 자산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동업(同業)의 명암

동업은 양날의 검이다. 금융과 경영의 관점에서 동업이 가지는 리스크와 기회비용을 철저히 분석하고 조율하는 것이 리더의 핵심 역량이다.

동업의 명확한 장점

  • 자원 및 자본의 레버리지 효과 : 초기 자본 조달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자의 인적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결합하여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 위험 분산(Risk Hedging) : 고독한 의사결정권자인 CEO의 심리적 압박을 분산하고, 실패 시 초래될 재무적·경영적 리스크를 분담한다.
  • 역량의 상호 보완성 : 개발, 마케팅, 재무 등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융합하여 단기간에 비즈니스를 스케일업할 수 있다.

동업의 치명적인 단점

  • 의사결정의 지연 및 갈등 : 지분 구조와 권한이 모호할 경우, 격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진다.
  • 수익 배분과 기여도 논란 : 기업이 성장 가도에 올랐을 때, 초기 기여도와 현재의 성과를 두고 파트너 간의 심각한 내홍이 발생하기 쉽다.
  • 비전의 소멸과 분열 : 경영 환경이 악화되거나 반대로 급격히 성공했을 때, 창업 초기의 초심과 비전이 어긋나며 법적 소송이나 기업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

토스의 냉철한 복기

실패의 고통을 딛고 치열하게 제품을 실험하며 스케일업을 이루어내는 현대 스타트업의 역동적인 사무실 전경 이미지

우리는 흔히 스타트업의 성공 서사를 삼국지식 미화로 소비하곤 한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Toss)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승건 대표가 토스를 성공시키기 전까지 8번이나 실패를 겪으며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견뎌냈고, 마침내 위대한 혁신을 이뤄냈다는 이야기는 리더들에게 큰 영감을 준다.

그러나 경영학적 관점에서 이를 냉철히 들여다보면, 낭만적인 신화형 스토리텔링과는 거리가 멀다. 흔히 고정된 공동 창업자 집단이 피로 맺은 결의 하나로 끝까지 생사를 같이하며 성공을 견인했다고 믿지만, 실제 스타트업의 현실은 훨씬 유연하고 냉혹하다.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이승건 대표를 중심으로 초기 멤버와 직원들이 끊임없이 합류하고, 조직의 성장 단계에 맞춰 인재가 재편되는 현실적인 과정을 거쳤다.

결국 토스의 데스밸리 돌파를 이끈 진짜 핵심은 감정적 연대감에만 의존한 동업이 아니었다. 송금 UX의 압도적인 혁신, 규제 환경에 대한 정교한 대응, 그리고 시장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 빠른 제품 실험과 대규모 투자 유치의 시스템이었다. 도원결의의 진정한 현대적 가치는 맹목적인 의리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주특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유연하게 성장시키는 조직력과 실행력에 있음을 이 사례는 여실히 보여준다.


제갈량이라는 레버리지, 단점을 상쇄하는 전략적 융합

유비, 관우, 장비의 강력한 결속력 위에 제갈량의 전략이 더해지는 융합의 과정을 표현한 인포그래

픽 이미지

유비에게는 관우와 장비라는 당대 최고의 전사들이 있었고, 목숨을 바칠 결의도 확고했다. 그럼에도 초기 전투에서 늘 패배를 면치 못했던 이유는 동업이 가진 단점, 즉 조직을 승리로 이끌 명확한 방향성과 객관적인 전략(책사)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유비가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을 영입한 이후에야 비로소 동업의 장점이 극대화되며 촉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다.

현대 경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무리 결속력이 단단한 동업 관계(유비, 관우, 장비)라 해도, 시장을 냉철하게 읽고 자금을 조달하며 갈등을 조율할 전략적 시스템(제갈량)이 없다면 그 기업은 표류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융합이다. 서로 다른 주특기를 가진 특수부대원처럼 동업자끼리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객관적 시스템으로 통제할 때 동업의 단점은 사라지고 폭발적인 시너지(Synergy)만 남게 된다.


5. 데스밸리를 돌파하는 초심과 배수의 진

차가운 사막 같은 데스밸리를 단단한 결속력으로 무사히 건너가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실루엣 이미지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추구하는 꿈과 비전의 방향이 같아야 한다는 점이다. 돈과 이익만을 좇아 모인 관계는 동업의 단점인 수익 배분의 갈등 앞에서 가장 먼저 와해된다.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에서 결의했던 것처럼 생사를 같이하겠다는 배수의 진과 초심을 잃지 않는 의리가 기업의 핵심 DNA로 자리 잡아야 한다.

동업자끼리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리스크를 나누어 짊어질 수 있는 결속력이 있을 때 기업은 비로소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건널 수 있다. 안목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업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창업 멤버들의 결속력과 상호 보완성을 가장 중요한 투자 지표로 삼는다. 사람이 곧 자산이자, 최고의 리스크 헤지 수단이기 때문이다.


도원결의의 가치, 흔들리지 않는 연대의 힘

결국 동업의 명암을 결정짓는 최후의 열쇠는 법적 계약서의 자구(字句)를 넘어선 리더들의 정신적 계약에 있다. 필자가 붓을 들어 도원결의 네 글자를 써 내려간 본질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격변하는 시장의 파고 속에서 리더가 중심을 잡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단단한 연대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사 속 도원결의가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리더들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이상주의가 아닌, 가장 치열하고 강력한 상생의 생존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동업의 장단점 사이에서 고뇌하고 있거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리더들이라면, 필자가 묵직한 필치로 담아낸 이 도원의 결의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보길 바란다. 혼자 가면 빠르게 가지만, 뜻을 같이하는 동업자와 함께 가면 마침내 대업을 이루며 끝까지 갈 수 있다.

경영철학을 쓰는 뱅커 서예가 화정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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