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천만에.
우리는 흔히 실패를 겪는 이들에게 "다시 일어서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위로를 건네곤 한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영웅담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현실의 바닥에서 겪는 실패의 맛은 결코 달콤하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그것은 뼈를 깎는 고통이며, 차라리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의 처절한 어둠이다.
오늘 소개할 필자의 서예 작품 칠전팔기 (七顚八起)는 단순히 오뚝이 같은 긍정의 힘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글자 속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한 성공한 사업가의 피눈물 나는 고백이 담겨 있다.
일곱 번 넘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형벌인지, 그리고 진짜 성공을 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한 펌프 회사 대표의 충격적인 일화를 전한다.
2. 인천 산업단지에서 만난 작은 거인
필자가 IBK기업은행 인천 송림동 지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지점이 있던 '인천산업유통센터'는 2,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밀집한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었다.
그곳에서 필자는 한 분의 사장님을 만났다. 창업 초기 불과 몇 평 남짓한 임대 사업장에서 시작해, 지금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펌프 회사를 일궈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겉보기엔 탄탄대로만 걸어온 엘리트처럼 보였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한 꽃길이 아니었다.

3. 상해의 밤, 지갑 속 낡은 쪽지의 비밀
회사가 중국 상해에 공장을 세우고 승승장구하던 무렵, 현지 출장을 가서 저녁 식사를 할 때였다. 성공의 정점에 서 있는 줄 알았던 대표님이 술잔을 기울이다 갑자기 지갑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그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아주 낡고 빛바랜 쪽지였다. 꼬깃꼬깃해진 종이 위에는 그의 친필로 몇 가지 다짐이 적혀 있었다.
"절대로 초심을 잃지 않겠다."
"다시는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 ......"
그것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었다. 사업 실패로 나락에 떨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기 위해 피를 토하는 심정(嘔血)으로 써 내려간 처절한 절규였다. 그는 매일 아침 그 낡은 쪽지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성공이란 운이 좋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임을 필자는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 .

4. 저는 칠전팔기라는 말이 끔찍합니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그 다음이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재기에 성공한 그가, 제 앞에서 의외의 말을 뱉었다.
"지점장님, 저는 '칠전팔기'라는 글자만 봐도 끔찍합니다. 너무 고통스럽고 싫습니다."
보통은 자신의 재기 스토리를 무용담처럼 자랑하기 마련인데,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한 번 망할 때마다 겪어야 했던 절망감, 가족들 볼 면목이 없어 죄인이 된 기분, 스스로가 쓰레기처럼 느껴져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충동... 일곱 번 넘어진다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당사자에게는 '일곱 번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고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실패해도 도전하는 정신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애초에 일곱 번이나 넘어지는 상황(七顚)까지 가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가 전하는 진짜 교훈이었다. 무작정 깨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철저한 준비로 실패 확률을 줄이고, 위기가 왔을 때 끝까지 버텨내어 최악을 막는 것. 그것이 진짜 경영이자 인생의 지혜라는 것이다
5. 넘어지지 않는 지혜를 위하여

*칠전팔기 (七顚八起)."
이 글귀는 우리에게 이중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표면적으로는 불굴의 의지를 칭송하지만, 이면에는 '넘어짐' 자체가 주는 공포를 경계하라는 서늘한 경고가 담겨 있다.
인생은 실전이다. 연습 게임이 없는 냉혹한 현실에서 우리에게 일곱 번의 기회가 주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실패하지 않기 위해 쏟아붓는 노력의 무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고통은 겪을수록 내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의 삶에 부디 칠전팔기의 상황이 오지 않기를, 혹여 온다면 단번에 박차고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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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철학을 쓰는 서예가 화정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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