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번영을 꿈꾸는 지혜, 남산지수(南山之壽)
인간은 예로부터 변치 않는 가치와 영원한 생명력을 갈망해왔다. 이러한 염원은 다양한 상징과 이야기로 표현되었으며, 그중 하나가 바로 남산지수(南山之壽)이다. 이 사자성어는 중국 고전 『시경(詩經)』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남산처럼 오래오래 변함없이 수명을 누린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단순히 개인의 장수를 넘어, 조직이나 기업이 오랜 시간 동안 굳건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투영된다. 현대 사회는 급격한 변화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과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한다. 과연 남산처럼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영속적인 번영을 이루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글을 통해 남산지수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특히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개인의 성장에 어떤 교훈을 주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남산지수(南山之壽)의 의미와 현대적 적용
남산지수(南山之壽)라는 말은 『시경(詩經)』 「소아(小雅)」편 '녹명지십(鹿鳴之什)' 중 '천보(天保)'라는 시에 등장하는 구절에서 비롯된다. 원문은 "如月之恒(여월지항) 如日之升(여일지승) 如南山之壽(여남산지수) 不騫不崩(불건불붕)"이다. 이를 해석하면 "상현달이 점점 보름달이 되듯 나날이 번창하고, 솟아오르는 태양과 같이 융성하며, 마치 남산의 수명처럼 영원하여, 이지러지거나 무너지지도 않으리라"는 뜻이다. 여기서 남산은 중국의 종남산(終南山)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예로부터 굳건함과 변치 않음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달이 차오르고 해가 떠오르는 자연의 영속적인 현상에 빗대어, 국가나 군주의 만수무강과 영원한 번영을 축원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남산지수는 단순한 오래 삶을 넘어, 흔들림 없는 안정과 지속적인 발전을 포괄하는 축복의 의미를 지닌다.
1,400년 기업 곤고구미(金剛組)와 계속기업의 이상
어떤 기업이든 100년, 나아가 1,000년을 이어가는 계속기업(繼續企業, Going Concern)이 되기를 꿈꾼다. 이는 마치 기업판 남산지수(南山之壽)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망과 같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일본의 '곤고구미(金剛組)'는 서기 578년에 창업하여 1,4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들은 주로 사찰 건축이라는 전통 분야에 집중하며,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기술 전승과 시대적 요구에 대한 점진적 대응을 통해 장수해왔다. 곤고구미의 사례는 전통을 고수하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장수의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곤고구미도 시대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2006년 다카마쓰 건설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이는 전통과 안정성만으로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영속적인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1,400년이라는 시간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불건불붕(不騫不崩)', 즉 이지러지거나 무너지지 않는 영속성을 위해서는 또 다른 요소가 필요함을 깨닫게 한다. 기업이 단순히 오래 존재하는 것을 넘어,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그 가치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전통을 지키는 것 이상의 전략이 요구된다.
피터 드러커의 혁신론, 장수 기업의 핵심 동력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장수하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비결로 '혁신(Innovation)'을 꼽았다. 혁신이란 사전적 의미로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것을 단순히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때로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마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강한 기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는 기업이 강한 기업이라는 말처럼, 생존 자체가 경쟁력인 시대이다.
곤고구미가 더욱 굳건한 남산지수(南山之壽)를 누리기 위해서는 전통 계승을 넘어선 기술 혁신과 경영 혁신이 필수적이었다. 이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낡은 것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세우는 과정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지속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순간 도태될 위험에 처한다.
혁신으로 새기는 우리 시대의 남산지수(南山之壽)
결국 남산지수(南山之壽)가 의미하는 영원한 번영과 장수는 단순히 오래 지속되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남산처럼 굳건히 존재하되, 달이 차고 해가 솟아오르듯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을 동반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곤고구미의 오랜 역사와 피터 드러커의 혁신론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전통을 존중하되 안주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하는 '혁신'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남산지수(南山之壽)를 가능케 하는 핵심 동력이다. 개인의 삶이든, 기업의 경영이든, 변화를 수용하고 창조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견지할 때 비로소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쇠퇴하지 않고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며 오래도록 빛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우리 시대의 '남산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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